Entertainment/Show2010. 9. 22. 00:55

이대길(李大吉) 役 장혁


...잡아야 되니까.

주인 배신하고 도망간 노비들은 다 잡아서...

원래대로 돌려놔야 되니까.


20대 후반.
요족한 양반가의 외아들로 과거준비는 뒷전이고
여종 언년이만 바라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어느 날 언년이의 오라비인 가노(家奴) 큰놈이가
집에 불을 지르고 도망가는 바람에 멸족하고 혼자 살아남았다.

이후 큰놈이와 언년이를 잡기 위해 팔도를 떠돌다 추노의 길로 접어들었고,
지금은 조선 최고의 추노꾼이란 별호를 얻었다.

가슴에는 늘 언년이 용모파기를 품고 다니는데,
그것이 8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하기만 한 언년이에 대한 애틋한 마음때문인지
한 때는 유복했던 옛 과거를 되돌려받고싶은 복수심 때문인지 알 수가 없다.


 


궁궐은 궁궐이고, 저자는 저자야.

조정이나 정치가 우리랑 무슨 상관이 있다고 그래?


길바닥에서 익힌 실전무술로 싸움은 둘째가라면 서럽고,
눈치 빠르고 영민하며 거래에 능하다.
차갑고 냉정한 듯 보이나 속은 물러서 사람을 향한 가엾은 마음을 무지르지 못한다.

그러던 중 훈련원에서 도망친 관비 송태하에 대한 추노 의뢰가 들어온다.
정치 얘기나 궁궐 풍문 같은 것들은 겉귀로 들으며 시대와 무관하게 살아가려 하지만,
송태하를 쫓으며 왕족에 얽힌 권력 암투의 중심으로 빠져든다.

그의 욕심이라야 큰놈이 남매를 찾아내고 동패인 최장군과 왕손이를 안돈시키는 정도의
소소한 것이건만 세상은 그 작은 욕심 마저도 허락지 않는다.

아니, 애초 세상과 무관하게 살아가려 했던 것이 너무 큰 욕심이었는지 모른다.



김혜원(언년이) 役 이다해


조선에서 여자로 태어나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어요.

태어나서 아버지 뜻에 따라 살고, 자라서는 남편 뜻에 따라 살고,

늙어서는 아들에 기대 살고... 그게 다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닥치고 보니 그거 말고는 아무 것도 없네요. 여자란 운명이...


20대 중반.
신분이 뭔지 모르던 어린 시절에는 대길이가 마냥 좋았다.
나이가 들어 신분과 지체가 얼마나 지엄한지 알고 난 후에도,
그녀는 마땅히 끝내야 할 연모를 접지 못해 애닳아 한다.

병자호란으로 한양이 발칵 뒤집어지고, 언년이는 청병들에게 끌려간다.
대길은 그 모습을 보면서도 차마 나서지 못하다가 뒤늦게나마 구하러 뛰어온다.
하지만 그 일로 언년이는 모진 고초를 겪는다.
주인집 도령을 홀린년이라며 뭇매를 맞고 어디론지 모르는 곳으로 팔려가게 되었다.
어미도 팔려갔고 아비도 팔려갔으니, 종년 인생에 ‘팔려간다는 것’은
사실 아무 것도 아니었으나 대길과 헤어진다는 것이 오직 슬픔이다.



팔려가기 전날 오라비 큰놈이가 집에 불을 지르고 자신을 데리고 도망간다.
큰놈이는 수완을 부려 장사를 시작하고, 경강 어름에서 그래도 밥술깨나 뜬다는 거간꾼이 되었다.
그리고 언년이는 종의 이름을 버리고 김혜원이란 이름을 얻었다.

항상 큰놈이의 뒤를 봐주던 최사과가 혜원에게 통혼하고 혼례를 올리게 되지만,
그녀는 첫날 밤 모든 것을 버리고 도망친다.

조선에서 여자로 태어났으니 어찌 살아야 하는가.
한 남자의 딸로 태어나 한 남자의 부인으로 죽어야 하는 것,
아무 뜻 없이 남자들의 의지대로 움직여야만 하는 삶...
그녀는 그런 삶을 끝내려 한다.

집 안에서만 살던 혜원이 길 위로 나서는 순간, 세상 모든 것은 그에게 혹독할 수밖에 없다.
뭇 남자들의 노리개가 되기 직전 태하의 도움을 받아 운명처럼 그와 동행하는데,
석견을 찾은 후로는 뜻하지 않게 권력 싸움에 휘말려 들어간다.

8년간 한시도 잊지 못했던 그 이름 대길.
그러나 시종일관 태하와 자신을 쫓았던 악귀같은 추노꾼의 이름이 같다는 것을
늘 그리워했던 그 얼굴이 그 추노꾼의 얼굴이었다는 것을 너무 늦게 알아버렸다.



송태하(宋太河) 役 오지호


저는 노비가 아닙니다.

설령 노비보다 더 못한 것이 됐더라도 그 일은 꼭 해내야 합니다.



30대 초중반.
검으로는 조선에서 상대를 찾을 수 없다던 최고의 무장(武將).

조선 최고의 무사를 길러내는 훈련원 교관 시절, 병자호란을 맞아
가족을 잃고 끝까지 항전을 불사하지만 인조가 항복을 하며 전쟁이 끝난다.
홀로 적진에 뛰어들어 청나라 대장군 용골대와 수장승부를 겨루지만
승부를 내지 못하고 소현세자와 함께 청나라로 향한다.



이후 8년간 소현세자와 함께 지내며 그의 원대한 꿈을 함께 이룰 것을 결의한다.
귀국 후, 소현이 급작스럽게 죽고 뒤이어 몰아친
숙청 광풍에 누명을 쓰고 참형 직전에 노비로 떨어진다.
쥐죽은 듯 살던 그는 소현의 마지막 남은 아들 석견이 죽을 위기에 처하자 탈출하고,
노상에서 혜원(언년)이를 만나 동행한다.

비록 팔천으로 떨어졌지만, 그는 스스로 양반이라는 자의식을 버린 적이 없다.
천것의 삶을 보내면서도 부국강병한 조선을 세우자는 꿈을 함께 꾼 소현세자는 없지만
그의 아들이라면 새로운 세상을 열 수 있으리라 믿는다.
죽을 위기에 처한 소현의 아들을 무엇을 버리고도 꼭 구해내야 한다.
그러나 같이 동행하게 된 혜원을 지키는 것이 그만큼 또 소중해져 간다.




황철웅 役 이종혁


너는 항상 네가 나보다 낫다고 생각했겠지

그게 바로 내가 지금 너를 죽이려는 이유다.


30대 초중반.
송태하와 동문수학해 나란히 무과에 합격하고 함께 훈련원에 들어갔으나,
늘 태하의 그늘에 가려 2인자로 만족해야 했다.
송태하가 청군 진영을 향해 돌진할 때, 철웅은 그를 따르지 않았다.
그에게는 영광적인 죽음 보다는 살아서의 일이 더 중요했기 때문이다.



이후 훈련원에서 고속승진을 하나, 청에서 돌아온 태하가 그의 상관으로 부임하게 된다.
태하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그를 친구로 대하지만, 철웅은 2인자로서의 열등감을 버리지 못하고
송태하를 누명에 빠뜨리는 역할을 자처한다.

노비가 된 태하가 도망친 후, 이경식에게 석견과 그의 주변 인물들을 암살하라는 지시를 받고는
저자의 쓰레기같은 해결사로 소문난 천지호 일당을 데리고 암살길에 오른다.

애초부터 살인자는 아니었으나 가는 곳마다 무고한 이들의 피를 숱하게 칼에 묻히고
스스로도 점차 고독하고 쓸쓸한 기운을 비친다.
그리고 대길의 추노패와 얽혀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자 점점 광폭해진다.




업복이 役 공형진


양반놈들 싹 죽이면 정말 우리 세상이 된대요?


관동 포수로 호랑이 사냥을 다녔으나 선대에 갚지 못한 빚 때문에 노비로 팔렸다.
머슴질 수삼년에 더 견디지 못하고 탈출했으나
대길에게 잡혀 오른쪽 뺨에 도망노비라는 문신이 새겨진다.

양반에 대한 뿌리 깊은 증오 때문에 양반을 죽여 상놈의 세상을 만든다는 당에 입당한다.
호랑이 사냥하던 귀신같은 총 솜씨로 밤마다 양반 하나씩을 죽여나가는데,
도망하느니보다 노비들의 세상을 만드는 일이 더 옳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갈등하기 시작한다.
마누라 속곳 벗기기보다 쉽다는 호랑이 사냥과 사람 사냥은 또 달랐고
양반네들 싹 다 죽이면 오는 세상이 과연 바른 것인지도 요령부득이다.
하여 업복이는 지금 자신들을 규합해 일을 시키는 ‘그분’을 만나길 원하지만,
같은 상것이라는 ‘그분'은 구름위에 있는 듯 업복이를 만나주지 않는다.
그래도 업복이의 위태로운 삶을 지탱해주는 것은
도망노비로 잡혀 험한 꼴을 당했다는 같은 처지로 서로 의지해온 여종 초복이.

그러나 이 초복이가 다른 곳으로 팔려가 생이별을 하게 된다면,
바로 그 때 '그 분'이 노비해방을 위한 가장 중요한 지령을 내리게 된다면
업복은 무엇을 선택할 수 있을 것인가?
업복이가 바라고 꿈꾸는 세상은 무엇인가?

이 질문 뒤로 엄청난 음모가 도사리고 있다는 것을 알게됐을 때
업복이는 알았어야 했다 칼 든 자보다 무서운 이들이 붓든 자들이라는 사실을...

Posted by 신의물방울